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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기쁨 가득한 그림책 세계
이 책 어때요?

『내가 만드는 1000가지 이야기』
막스 뒤코스 글·그림 / 이주희 옮김 / 30쪽 / 13,000원 / 국민서관


그림책을 ‘읽었다’는 표현이 과연 자연스러울까? 『내가 만드는 1000가지 이야기』는 그림책의 본 기능인 ‘보는 즐거움’에 충실한 콘셉트로 제작한 책이다. 지금까지 그림책은 대부분 동화라는 제한된 인식과 학습서의 연장선에서 교훈이 담긴 콘텐츠로 활용되기 일쑤였다. 물론 그림책은 교육적 활용에도 좋은 매체이다. 단지 넓은 바다와 같은 그림책 영역에서 일부 존재인 ‘동화’를 전부로 오해해 많은 독자들이 0세부터 100세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놓친 것이 안타깝다.

그림책은 먼저 보고 이후 읽는 매체이다. 『새벽』의 작가 유리 슐레비츠는 그림책에 대해 “글만이 존재하면 그림책은 성립이 되지 않지만 그림만 존재하는 그림책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림에 문자가 지닌 이야기를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종이 그림책 제작 방식 발달이 극점에 다다르며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 많아졌다. 특히 문화적 다양성에 진중한 국민적 관심이 깊은 프랑스 작가들을 중심으로 아트북의 개념까지 접근하는 편집 콘셉트들은 어린이부터 어른 독자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

이 책은 넓고 긴 판형을 바탕으로 한 장에 세 단계의 그림이 모두 따로 넘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 열한 장의 그림은 세 장면으로 나뉘어 따로 넘기며 기발한 이야기 구성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멋진 빙산을 배경으로 바다를 가르는 흰 대형 고래의 모습 아래로 오랜 시간 끼니를 채우지 못한 힘없는 백곰 모자가 얼음 위를 걷는 장면에서, 하단의 페이지만 넘기면 환호하는 군중들과 하나의 화면을 이루며 마치 북극 배경을 연출해놓은 수족관 속 고래를 보고 신이 난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 책의 진정한 소장 가치는 막스 뒤코스의 그림이다. 흔히 내러티브한 이야기를 완벽히 묘사하기 위해 작가들은 라인 드로잉 중심의 그림에 색채를 채워 넣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이야기의 자세한 부분까지 모두 그림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스 뒤코스는 라인 드로잉을 배제하고 회화적 구성을 이용해 모든 장면을 붓으로 그린 ‘불투명 기법’을 사용했다. 더군다나 1000가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우주에서 과거 서부시대까지 다채로운 장소와 시대를 다루고 있다. 한 장 한 장 절묘한 콘트라스트(음영 대비)를 대조시켜 영화적 구성으로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책작가가 선사할 수 있는 상상력의 범주가 어디까지일지 되새겨 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 책을 소개하며, 독자에게 그림책을 구입할 때 그동안 진열대에서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구입해왔다면 앞으론 마음에 드는 그림을 보고 선택하는 방법을 권해본다. 많은 독자들이 글과 함께 그림에 대한 감동이 가슴에 남아 그 기쁨을 공유하는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류영선_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미술 평론가 / 2018-06-01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