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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호랑이 무늬
이 책 어때요?

『행복한 줄무늬 선물』
야스민 셰퍼 글·그림 / 김서정 옮김 / 40쪽 / 13,000원 / 봄볕


『행복한 줄무늬 선물』은 주인공 호랑이 칼레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줄무늬로 여러 어려움에 처한 동물 친구들을 돕는 이야기입니다. 도움을 받은 친구들이 문제가 해결되어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도움을 준 칼레도 기쁨을 느낍니다. 자신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한 기린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칼레는 “남을 도우니까 기분이 좋네”라고 말하기도 하고, 마지막 줄무늬도 개구리 친구들을 돕는 일에 써버린 뒤 집으로 돌아옵니다. 몸에 줄무늬가 없어지자 으스스 떨려와 밤에 한숨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이 책은 친구들을 잘 돕는 칼레를 천하무적 슈퍼 히어로처럼 묘사하지 않아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별한 사람만이 남을 돕는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아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칼레의 친구들이 보낸 선물과 칼레의 반응이었습니다. 선물 상자를 뒤집어쓴 칼레의 머리 위로 여러 가지 예쁜 무늬가 떨어지고, 손을 벌린 칼레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칼레의 새로운 무늬를 본 아이들의 반응은 “거 봐, 줄무늬는 없잖아”와 “더 예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친구들을 돕기 위해 떼어낸 줄무늬를 고스란히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친구들이 보낸 새 무늬로 행복해하는 칼레를 보며 아이들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번졌습니다.

‘많이 가진 상태에서 남을 돕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돕는 것이다’ ‘남을 돕는 행위를 하고 난 뒤 피곤해하기도 하고 결국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다’처럼 이 책은 나눔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집니다. 호랑이에게 줄무늬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입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다양한 무늬를 받고 환호하는 칼레의 모습에서, 자기가 가진 권위나 힘을 내려놓고 주변 이웃들과 연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행복을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곱 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너희가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누군가에게 주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한 아이는 자기가 아끼던 새 스티커를 친구에게 주고 나서 속상했다고 하고, 다른 아이도 산 지 얼마 안 된 반지를 친구에게 주니 속상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먼저 말한 친구의 이야기를 비슷하게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계속 속상했던 이야기만 하려나 했는데, 그다음 아이는 자기가 아끼던 목걸이지만 친구 생일 때 선물로 줬고 그 친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도 기뻤다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싫다는 것을 얼마나 표현하며 살아왔는지, 지난 한 해 내 감정을 돌아봅니다.


강미경_부산 대림유치원감 / 2018-01-01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