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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창작하는 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

<일러스트 김영희>

일상에서 만들기를 실천하며 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는 메이커 운동이 세계적인 문화 트렌드가 되었다.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은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소비를 벗어나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공유하는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과 메이커들의 활동을 말한다. 손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손뜨개 같은 수공예와 글쓰기부터 장비를 사용하는 목공, 그리고 3D프린터나 레이저 커터와 같은 고급 장비를 활용한 창작 활동까지 그 범주가 넓고 다채롭다. 과거에는 개인의 취미 활동이라고 일컬어졌던 소소한 작업들이 왜 메이커 운동이라 불리며 새로운 대안 문화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일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불리는 사회는 인터넷과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 인공지능과 로봇의 상용화로 누구나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할 수 있다. 메이커들은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포털과 SNS 업로드를 통해 결과물을 직접 알릴 수 있다.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메이커 운동의 의미와 경험
도서관계에서도 발 빠르게 메이커 운동에 동참하는 곳이 생겼다. 광진정보도서관은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의 ‘무한상상실 개설·운영사업’의 시범 기관으로 선정되어 목포해양도서관과 함께 국내 도서관 제1호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했다. 8월 개소식을 시작으로 현재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메이커 활동을 지원 중이다. 광진정보도서관 무한상상실 사업은 일반 열람실 한 공간을 개조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자료실이 위치한 건물과 일반 열람실이 분리되어 있어 메이커스룸 공간 확보가 용이했다. 녹음과 편집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교육 및 체험 활동 공간으로 분리했고 현재는 3D프린터, 3D펜, 목공 장비, 웹툰 전용 태블릿까지 보유해 이 공간에서 보다 다양한 창작 활동이 가능하다.
도서관에서는 전례가 없던 사업이어서 개념을 잡고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다양한 행사를 통해 메이커 운동의 의미와 방향을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 도서관 사서로만 머물러 있었던 관점과 시야를 전국의 과학관, 미술관, 대학교의 무한상상실 운영 사례를 직접 보고 들으며 넓혔다.
3D프린터 구입을 시작으로 스토리 창작에만 한정되었던 도서관 메이커 활동이 그 범주를 넓힐 수 있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해외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 메이커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곳에서 진행하는 활동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가며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2015년도에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웹툰창작체험관 개설·운영사업’에 선정되어 무한상상실에서 웹툰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도서관의 경우에는 국가정책 과제 사업 참여를 시작으로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해 현재까지 메이커 교육과 이들을 위한 지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정책상 사업 규모의 대폭 축소로 무한상상실 사업은 2016년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고 현재는 주요 과학관 중심의 무한상상실 21개가 남아있다. 현재 메이커 스페이스 운영을 위한 다양한 재원 확보와 공모 사업을 통해 자체적인 메이커 저변 확산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017년 가장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활동 지원사업’으로 운영된 3D프린터와 아두이노를 활용한 ‘전자 의수(artificial arm)’, 춤추는 로봇 제작 프로젝트와 서울시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작가 양성 과정’이다.

성장하는 도서관의 역할
그동안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몇 분은 드라마 작가로 데뷔해서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고 그림책작가로 등단한 분들도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프로그램 참여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영상과 단편영화를 제작해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했고 코엑스와 킨텍스 등지에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할 기회도 가졌다. 주입식 교육과정에 익숙한 아이들은 특히나 이 공간에서 하는 활동들을 놀이로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어르신 40여 분은 자서전 발간의 꿈을 이뤘고 평창동계올림픽 웹툰 공모전 본선에도 여섯 명이나 진출했다. 시나리오작가 동아리, 그림책작가 동아리가 이곳에서의 인연을 통해 정기적인 모임과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도서관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을 통해 배우고 창작하고 성장한 사람들이다.

도서관은 시설, 장서, 직원의 3요소로 이루어진다는 고전적인 인식은 종이책 한 권도 소장하지 않은 도서관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되었다.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평생교육기관인 도서관을 통해 지식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메이커들의 왕성한 활동과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윤자영_광진정보도서관 사서 / 2018-01-01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