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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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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우리! 함께 나누는 공감
주제가 있는 서가 - 잘 익은 언어들
작년 10월 중순에 문을 열어 이제 겨우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우리 책방의 서가를 소개하자니 부족한 부분이 먼저 눈에 띕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북큐레이션 계획을 꼼꼼히 세우기보다는 문을 여는 게 먼저였습니다. 평소에 책방 서가에 대한 계획은 늘 머릿속에 있었지만 계획대로 실행하기에 공간적, 시간적으로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어놓고 차차 정리하자는 마음으로 일단은 책방 콘셉트와 어울리는 책들을 먼저 고른 다음 보기 좋게 진열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책방은 15평 정도의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전면 유리창이 보이는 공간입니다. 벽 한쪽에는 신간 에세이집과 소설, 인문학 서적들이 놓여있는 큰 책장과 성인 문학, 청소년 문학이 주로 꽂혀있는 작은 책장이 있습니다. 다른 벽면에는 큐레이션한 그림책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양 벽면은 분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따뜻한 위로가 되는 책들
잘 익은 언어들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큰 책장의 눈높이에 진열된 책들을 보게 됩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책은 두 달 만에 열 권이 팔린 우리 책방의 베스트셀러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비롯한 산문집들입니다. 여자 손님들에게 추천을 많이 했는데, 대부분이 책을 살펴보고는 구입했습니다. 바로 옆에는 신현림 시인이 엮은 『시가 나를 안아준다』『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같은 위로가 되는 책들이, 바로 아래에는 사노 요코와 이기주 작가의 책 같은 다양한 에세이와 공감할 수 있는 산문집들이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강판권 작가가 쓴 나무와 삶에 관한 에세이 『나무철학』『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같은 생태 에세이들 그리고 『나는 책나무를 심는다』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처럼 책에 관한 책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잘 익은 언어들’ 이름 앞에 ‘공감책방’이라는 말을 붙이기 시작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책들을 진열하고 있습니다.

책과 함께 경험을 판다는 것
책방에 오는 분들의 대부분이 책방지기의 추천을 필요로 합니다. 중학생 아들과의 소통이 힘들어서 책을 찾으러 오신 분도 있고,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데 힘을 얻고 싶어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분,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읽을 만한 동화책을 구하고 싶다는 분도 있습니다. 천천히 책을 골라주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공감하는 부분을 찾게 되고 책 이상의 것을 나누며 헤어지게 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동네책방의 힘이자 차별점이고, 북큐레이션을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까닭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을 존경해 그분들의 책들을 부모들에게 많이 권했고, 청소년들에게는 이옥수, 이금이 작가의 책들과 판타지 소설 『전갈의 아이』, 정유정 작가의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오래도록 사랑받는 정의에 관한 이야기 『앵무새 죽이기』 등을 권했습니다.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을 팔 때면, 제 경험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엄마 책방지기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림책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두 아이를 키우며 정작 그림책에 빠졌던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오랫동안 광고일을 해오며 크리에이티브한 이미지를 자주 봐왔는데, 그림책이야말로 가장 창의적이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담은 종합예술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한쪽 벽면을 모두 그림책이 전면으로 보이도록 꾸몄습니다. 다양한 그림책 출판사들의 책들과 밥 딜런, 안녕달, 사노 요코의 그림책들이 아기자기하게 꽂혀있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는 그림책들은 책방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그림책을 보고 아이를 데려와서 같이 고르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그림책이 주는 힘을 모두 같이 느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잘 익은 언어들은 따뜻한 위로를 나누고 공감을 주는 책들과 대화가 있는 동네책방입니다.
부족함은 차차 채워나가며 오래오래 곁에 있는 책방이 되려는 것이 우리 책방의 목표입니다. 점점 좋은 책들로 큐레이션된 서가를 더 많이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잘 익은 언어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두간11길 15
010-3000-6959, www.facebook.com/zalbook



이지선_잘 익은 언어들 책방지기 / 2018-01-01 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