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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도서관 그리고 강렬한 실천가
주목할 새책


『사서 빠뜨』
즈느비에브 빠뜨 지음 / 최내경 옮김 / 264쪽 / 18,000원 / 재미마주


매그넘 소속 사진기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으로 알려진 유명한 사진 한 컷이 있다. 둥글게 말려 올라가는 계단에 아이들의 얼굴만 보이는 작품. 그런데 이 작품의 실제 작가는 그의 부인이었던 마르틴 프랑크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있던 곳은 달팽이관 같은 특이한 구조가 인상적인 클라마르의 어린이도서관이다. 이 기적과 같은 도서관 설립자 중 한 사람이었던 사서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게 되어서 행운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되기 전에 이 책이 언젠가 나올 거라는 얘기를 들은 지도 십 년이 넘은 것 같다. 오래 기다려온 책은 그만큼의 가치를 품은 뭔가가 있다. 바로 ‘즈느비에브 빠뜨’라는 사람에 대한 경외심이다.

프랑스 사회가 어린이책에 관심이 적었을 때 빠뜨는 세계의 걸작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발굴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한 첫 번째 사서였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녀는 ‘어린이책, 도서관 그리고 사서’ 이 세 가지를 함께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또한 언어와 국경을 구분하지 않고 도서관의 성공적이고 독특한 사례를 소개하고 실천해온 것도 그녀가 한 중요한 일이다.

빠뜨에게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뒤따른다. 우선 이론가가 아닌 몸으로 직접 헤쳐나가는 실천가이다. “내가 좋아하게 될 책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소박한 바람에 답하기 위해 사서인 그녀가 공들인 것은 먼저 자신이 책을 읽는 일이었다. 많은 세계의 어린이책과 작가들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바라보고 이를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적절히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행동하는 학자, 연구자, 사상가들과 교류하며 도서관 밖으로 나가는 일에 주저 없이 앞장서기도 했다. 사서 빠뜨가 외쳤던 구호는 바로 이것이었다. “정신적 풍요를 누리지 못하고 비켜 갈 처지에 놓인 부모와 어린이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나야 한다.”

“카펫 한 장과 정성스레 선별된 책 몇 바구니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도서관 사서의 소박한 마음은 많은 사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행동하는 학자 르네 디앗킨을 무척 신뢰했다. “당신이 오리라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장소로 가라” “당신이 만나고자 하는 이들은 도서관에 오지 않는다”라는 르네 디앗킨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되었고 이정표가 되었다. 우리가 사서 빠뜨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도서관 개척자들의 감동적인 활동을 보고하고 기록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행정과 이론이 아닌 직접 책을 얘기하고 책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림책부터 고전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방대한 어린이책과 작가들을 낱낱이 파악해 들려주고 소개하며, 도서관이라는 특별한 공간과 사서라는 직업의 본질을 일찍부터 파악하고, 디지털 시대에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정확히 짚어내는 안목을 갖춘 사람. 이것이 사서 빠뜨를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드는 특별한 이유다. 그리고 60년간 사서 빠뜨가 걸어온 길을 내가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이유 역시 어린이책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세계에 계속 머무르고 싶은 나의 꿈 때문이기도 하다. (인문, 일반)

정병규_어린이책예술센터 대표 / 2018-01-01 09:08